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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번 게시글
<기자회견문> 2014년 여성노동독립선언문
글쓴이:여성노동자회     Date:2014-03-05     조회수:590    
[2014년 여성노동독립선언문]
겨울이 녹아 봄이 왔다.
만물이 소생하고 세상엔 생명의 기운이 차오르고 있다.
그렇게 자연은 순리에 따라 계절을 맞이하고 변화시킨다.
계절의 시간은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는데
사람의 시간은 겨울에 머물러
누군가는 서러운 시간을 견디고
누군가는 절망의 시간을 견디고
누군가는 잔인한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이렇게 시린 시간을 견디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참담한 소식이 들렸다.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의 동반자살.
식당에 다녔던 엄마는 퇴근길에 넘어져 팔을 다쳤지만 산재 신청하지 못했다.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쉼 없이 일을 했지만 월세와 생활비, 병원비로 여윳돈을 가질 수 없이 가난했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신청하지 않았던 세 모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도 죄송하다고 했다.
비단 고인이 된 세 모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이 땅 어딘가에는
열심히 일을 해도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해 가난하고,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해
당장 먹고 살아야 할 오늘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삶을 포기하려는 이웃들이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열악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일’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삶을 이어가기도
삶을 살아내기도
삶을 꿈꾸기도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 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국민도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라고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야기 했다.
‘국민행복시대’를 이야기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는 달리
2014년 오늘의 대한민국은 ‘살고싶다’ 외치는 국민들의 원성에 찬 소리가 가득하다.

여기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있다.
안그래도 고달프고 불안하기만 한 대한민국의 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시간제일자리’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단군이래 최초라는 여성대통령 박근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던,
모든 국민이 100%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바로 그 박근혜 대통령이다.

자신의 공약이었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적은 임금과,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나쁜 일자리인 ‘시간제일자리’로 여성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라 말하지 마라!
저임금과 4대보험 적용이 안되는 180만개의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 개선 없이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라 이야기 할 수 없다.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엔 이미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는
여성들을 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조건에만 머물게 할 뿐이다.
필요에 의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말하지 마라!
강요에 의해 선택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여성노동자들이다.
두 개, 세 개의 시간제일자리를 전전하며 비참한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당연하다 말하지 마라!
가정과 아이들을 먼저 돌보고
남은 시간에 시간제일자리에 종사하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는 이유로
가사와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려는 수작이다.
남성은 정규직, 여성은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남성의 보조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분리되는 것이 정상화라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일‧가정 양립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가능한 노동조건이 되어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경력을 유지하라고 말하지 마라!
시간제 일자리는 중심적인 일에서 밀려나 허드렛일에만 종사하게 한다.
지금 멀쩡한 일자리도 쪼개서 시간제 일자리로 악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수 없고
진정한 국민행복시대가 될 수 없다.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산업역군’이라는 미명하에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저임금, 비인간적인 대우, 여공이라 불리던 여성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녀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2014년 이제 다시 박근혜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과 여성노동권에 대한 고려 없이
여성들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듯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여성들을 이용하려 한다.
‘여성’을 저성장과 경제위기의 안전판으로 희생양 삼으려는 전략이 유신시대와 똑같다.

우리들은
여성의 노동도 존중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사회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
성별의 차별 없이 노력하면 원하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
임신을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지 않고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는 사회
필요 없다는 이유로 일하는 사람을 쉽게 자르지 못하는 사회
일하는 사람 모두가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회
육아와 가사, 사람을 돌보는 따뜻한 노동을 남‧녀가 함께 하는 사회
일을 그만두어도 먹고 살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최소한 한 인간으로서 노동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오늘 여성노동독립선언을 외친다.

2014. 3. 6
여성노동정치행동

한국여성노동자회 ‧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여성노동자회 ‧ 인천여성노동자회 ‧ 광주여성노동자회 ‧ 마창여성노동자회 ‧ 부산여성회 ‧ 전북여성노동자회 ‧ 안산여성노동자회 ‧ 부천여성노동자회 ‧ 대구여성노동자회 ‧ 수원여성노동자회 ‧ 경주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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